[용의자 X의 헌신], [백야행]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어떤 소설에는 '살인사건' 대신 '기적'이 일어난다. 장편소설 [나미야 잡화점의 기적]은 2012년 3월 일본에서 출간된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이다. 그동안 그의 작품하면 떠올랐던 명탐정 캐릭터 없이, 무계획 무대책 세 백수들이 숨어있는 인적 드문 외딴 가게로 작가의 마니아와 새로운 독자들을 이끈다. ×× 시 외곽에 자리한 나미야 잡화점은 30여 년간 비어 있던 오래된 가게이다. 어느 날 이곳에 강도짓을 저지르고 경찰을 피해 달아나던 삼인조 좀도둑들이 숨어든다. 그날 밤 난데없이 '나미야 잡화점 주인' 앞으로 의문의 편지 한 통이 도착하고, 세 사람은 얼떨결에 편지를 열어 본다. 의심과 공포를 품고 열어본 편지 내용은 뜻밖에도 고민 상담이었고 이들은 그 간절함에 답장을 보낸다. 무면허 상담가들의 엉뚱한 '즉문즉답' 상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시간과 공간이 멈춘 특별한 공간 '나미야 잡화점'의 오랜 비밀이 밝혀지고, 하룻밤의 기적이 일어난다. 이 기묘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판타지에서 현실의 기적으로 변하는 순간은 보통 전문가의 영역이라 여겨지는 고민상담자가 '제 앞가림도 못하는' 세 명의 젊은이라는 사실이다. 우리가 아득하게 삶의 바닥을 찍었을 때는 그저 들어주는 이가 그리운 법,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기적은 사람 그 자체이다. 한결 따뜻하게 느껴지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 작품에서 변한듯 여전히 치열하게 말하고 있는 점도 인간 내면에 잠재한 선의에 대한 믿음일 것이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