산
김 용 택
강물을 따라 길을 걸을 때 강물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네
인생은 이렇게 흐르는 거야
너도 나처럼 흘러봐
하얗게 피어 있는 억새 곁을 지날 때 억새는 이렇게 말했네
너도 나처럼 이렇게 흔들려 봐
인생은 이렇게 흔들리는 거야
연보라색 구절초꽃 곁을 지날 때 구절초꽃은 이렇게 말했네
인생은 한 번 피었다가 지는 꽃이야
너도 나처럼 이렇게 꽃 피워봐
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지날 때 느티나무는 이렇게 말했네
인생은 이렇게 뿌리를 내리고 그 자리에서 사는 거야
너도 나처럼 뿌리를 내려 봐
하늘에 떠 있는 구름 아래를 지날 때 구름은 나를 불러 이렇게 말했네
인생은 별게 아니야 이렇게 허공을 떠도는 거야
너도 이렇게 정처 없이 떠돌아봐
내 평생 산 곁을 지나 다녔다네
산은 말이 없네
산은 지금까지 내게 한마디 말이 없네
김용택 시인을 "일류로가는 길" 강의에서 처음 만났습니다.
그는 시골 초등학교에서 30년 넘게 줄 곧 2학년 전문 교사를 하면서 시를 썼습니다.
시골 한 마을에서 2 학년만을 30 년 가르쳤으니 교육사에 없는 기록보유자입니다.
그는 시를 쓰고 가르치며 시를 발표하는 시성으로 내게 다가옵니다.
시는 보는 것이라는 등식을 주장할 정도로 사물을 찾아가 보는 데서 아이들이 시를
쓰도록 가르쳤습니다.
이번 칸느영화제에서 각본상을 탄 이창동의 영화작품 "시" 라는 작품에서 직접 시인
김용택이 등장하는 것도 동영상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. 그의 시는 대화처럼 쉽게
물 처럼 흐릅니다만 깊은 심연에서 생수로 솟아 흐름을 만나게 합니다.
그의 시 "산"을 쉽게 스치다가 마지막 구절에서 멈춰 이렇게 생각해 보았습니다.
왜 산은 말이 없는가
말하는 것들 모두 변하는 존재들입니다
변한 것들의 언어는 속도가 빠릅니다.
변한 것들 만이 들을 수 있습니다.
산의 언어는 속도가 엄청 느립니다
변한 것들에게 들리지 않을 뿐입니다.
산이 말을 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
이 것이 오늘의 세상입니다.
변한 것들은 인생을 가르쳐 자기를 말하지만
변하지 않은 것은 자기의 주인을 말합니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