양란의 ID
딸네 집에서 시들거리고 있는 양란 한 그루를 지난 해에 데려왔습니다.
양란은 아내가 사온 도자기 화분으로 옮겨 두 번의 이사를 한 셈입니다.
늙은 잎사귀가 물기를 머금더니 윤택과 함께 새 잎도 솟아 냈습니다.
올 2월에 란은 줄기 아래 쪽에서 부터 봉우리를 처음 네개 맺혔습니다.
청순한 그녀는 병에서 아픔을 털고 우아하게 꽃을 피웠습니다. 살펴보니
꽃 중앙에 있는 꽃술을 둘러 있는 짙은 진홍빛 잎도 셋이었습니다.
한 가운데 있는 잎은 머리 같았고 양 옆으로 두 손을 벌린 세 형태입니다.
중앙 무대 옆에 펴져 있는 꽃 잎도 같은 구도로 꽃잎이 셋입니다. 꽃 뒤를
보아도 양 옆으로 팔처럼 펼친 꽆잎이 뒤로 둘려 세 꽃잎 형태이었습니다.
그리고 처음 펴낸 네 꽃은 막내둥이 17 번째 꽃이 나올 때까지 시들지 않고
2개월 넘게 피어 기다려 주더니 지금은 모두 17 꽃송이로 함께 오손도손
피었습니다. 한 줄기에서 17 꽃을 피운 양란은 강한 어머니로 보였습니다.
양란을 보면서 느낌을 내 마음 속의 화분에 담아 보았습니다.
우리는
우리는 하나에서 태어났다
머리와 양팔로 3을 이루며
앞과 뒤 한결같이 3이다
우리의 사명은 333이었다
17형제 한 줄기에 살아도
언제나 우리는 함께 춤춘다
우리의 살아갈 곳 좁았다
한 모금 물이어도 만족하며
벌없어도 수정꿀을 짜낸다.
춤과 꿀을 마치는 그날 까지 우리는 333이다